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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경제는 거인, 국제정치력은 난쟁이' 일본 역설은 반복된다
성 명 : 관리자 날 짜 : 2015-12-11 09:05:11   조 회 :   226   

 

'경제는 거인, 국제정치력은 난쟁이' 일본 역설은 반복된다

유럽외교협회, EU 9개국 여론 주도층 설문조사 결과
동반자 신뢰도 높지만 중국의 힘 떠오르며 뒷전으로 밀려나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경제력은 거인이지만 국제정치력은 난쟁이다."

지난 1970~1980년대에 일본이 국제정치 무대에선 경제력에 걸맞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이렇게 빗대어 말했다.

이후 한 세대가 흐르면서 일본은 미국과 유럽 등 이른바 서방의 중요한 정치·외교적 동반자로 자리 잡았으며 이런 '일본 역설'(逆說)도 약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역설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근년 들어 아시아 국가 중 독보적이었던 일본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유럽에선 이미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외교적으로도 '중국의 힘'에 일본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런 현실과 인식이 사실임을 뒷받침해주는 조사 결과 등을 담은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유럽외교협회(ECFR)는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에서의 일본 이미지'를 조사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ECFR 자체 전문가들의 의견 외에도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9개 국가 관료·학계·언론계·싱크탱크 등의 일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들에 바탕한 것이다.

마티외 뒤샤텔 ECFR 수석 정책 펠로우는 보고서에서 그간 일본의 국제활동 확대에 비춰볼 때 '일본 역설'은 낡은 상투적 문구일 수 있지만 적어도 유럽에선 이 역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일본이 민주주의를 비롯해 서방이 중시하는 가치뿐 아니라 경제 및 국제정치적 이해를 많이 공유하는 나라이며 신뢰도 높은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

이런 강력한 상호 신뢰는 때때로 나오는 일본에 대한 부정적 보도에도 유럽 국가들이 대체로 아베 정권의 '군사정책 개혁을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하고 일본과 영국·프랑스 등이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기반이라고 뒤샤텔은 설명했다.

또 스시 체인점은 이제 유럽 도시의 필수적 풍경이 돼 있고 일본 만화영화 등 문화적 상징들이 유럽 각지에서 큰 인기를 누린다.

그럼에도 이런 일본의 '소프트 파워'가 유럽 국가들의 대(對)일본 관계나 특정 사안들에 대한 유럽의 지지를 얻을 정도로 '유의미한 영향'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ECFR의 분석이다.

유럽과 일본 관계 보고서가 실린 유럽외교협회(ECFR)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보고서는 이런 '일본 역설'의 핵심 요인으로 중국의 부상을 꼽고 "유럽 국가들은 중국 중심의 아시아 정책을 세우고 일본은 제쳐놓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 언론의 관심도 온통 중국에 쏠려 있다. 도쿄에 정규 특파원을 두는 유럽 매체는 소수인 반면 베이징엔 모든 중요 매체의 특파원들이 주재하며 동북아시아나 동아시아 전체를 담당한다.

ECFR은 자신만의 특장점이 부족하고 논쟁적 사안들을 회피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점도 일본 역설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했다.

설문에 응한 독일의 전문가들은 이런 점 때문에 일본이 미국의 강력한 동반자임에도 '중요한 국제적 역할자'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일본 경제의 침체도 중요 원인으로 꼽혔다.

끊임없이 경기후퇴와 급속한 고령화, 인구 감소 등에 시달리며 경제가 정체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유럽 기업인과 정치인들의 마음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EU의 7번째 무역상대국이며, 지난해 양측 교역액은 1천180억달러다.

반면 중국은 유럽의 최대 수입원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제2위 수출시장이다. 교역액은 5천80억달러에 달한다.

한편,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젊은이들을 유럽 대학에서 더 많이 공부시키는 '작지만 중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학사과정을 외국에서 보내는 일본 학생이 매우 적지만 "더 많은 젊은이가 유럽 각국에서 지낸 뒤 언어를 비롯해 일본의 국제화를 지원할 능력을 갖춘 채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ECFR은 그럼에도 만성적 경기침체와 인구구조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일본이 유럽 국가에 덜 중요한 나라가 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장면.

 

choib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2/11 08: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