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해 유행어 中싹쓸이쇼핑 '폭매'·'아베정치 용서안해'
올해의 유행어에 3년 연속 아베 정권 그림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밀어붙인 안보법률 등에 반대하는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구호가 올해 일본의 유행어에 선정됐다.
일본 출판사인 자유국민사는 한 해 동안 발생한 일을 절묘하게 반영한 표현을 심사해 선정하는 '유캔 신어·유행어 대상' 수상작 10개를 1일 발표했다.
대상 수상작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대량 구매 행위를 지칭하는 일본어 바쿠가이(爆買い, 폭매)와 프로야구 선수 야나기타 유키(柳田悠岐)와 야마다 데쓰토(山田哲人)가 타율 3할, 홈런 30개, 도루 30개를 달성한 것을 기리는 '트리플쓰리'가 선정됐다.
대상 2개를 포함한 상위 10위 안에는 '아베 정치를 용서하자 않겠다', '실즈(SEALDs)', '1억 총활약 사회', '엠블렘' 등 정부 정책과 관련 있는 용어가 선정됐다.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논픽션 작가 사와치 히사에(85·澤地久枝) 씨의 구상에 따라 일본 전통시 시인 가네코 도타(金子兜太) 씨가 붓으로 글씨를 써 크게 유행한 구호다.
이는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을 낳은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원전 재가동 추진, 집단 자위권 법안 등 민의를 거스르는 아베 정권에 대한 민심의 분노를 표현한 문구다.
실즈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 행동'(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의 영문 약자이며 메이지가쿠인대 4학년 오쿠다 아키(奧田愛基) 씨가 중심이 돼 안보법률 반대 시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벌인 학생 단체다.
1억 총활약 사회는 아베 총리가 올해 9월 자민당 총재 연임을 공식 확정하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용어로 모든 일본인이 가정, 직장, 지역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저출산 고령화 흐름 속에서 50년 후에 일본 인구 1억 명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 용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고 2차 전쟁 때 자주 사용되던 '1억 총 옥쇄(玉碎·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짐, 죽음을 미화하는 데 사용된 표현)', '국가총동원' 등의 용어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을 낳았다.
'엠블렘'은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佐野硏二郞) 씨가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상징 공모에 제출한 엠블렘이 표절 논란에 휩싸여 결국 사용 중단 및 백지화 사태를 맞은 것을 반영해 선정됐다.
아베 정권의 정책과 관련되는 용어는 이로써 3년 연속 유행어에 반영됐다.
작년에는 '집단자위권'이 대상에 선정됐고 2013년에는 '아베노믹스'가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럭비 월드컵에서 크게 활약해 영웅 대접을 받은 럭비 선수 고로마루 아유무(五郞丸步)가 킥을 하기 전에 취하는 독특한 동작을 의미하는 '고로마루 포즈'도 10위 안에 들었다.
남성 코미디언 '도니카쿠 아카루이 야스무라(とにかく明るい安村, 어쨌든 밝은 야스무라, 본명 야스무라 쇼고<安村昇剛>)가 마치 완전히 벌거벗은 것처럼 교묘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그래도 팬티는 입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면서 하는 '안심하세요, 입고 있어요'라는 발언도 유행어 상위 10위에 포함됐다.
총리관저 옥상에서 발견돼 소동을 일으킨 것을 비롯해 곳곳에서 낙하 사고 등이 이어진 '드론'(소형 무인 비행기)과 테니스 선수에서 방송인으로 변신한 마쓰오카 슈조(松岡修造)의 사진과 말을 담은 일일 달력 '마이니치(每日), 슈조!'도 10위 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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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2/01 19:13 송고